사람들은 홍대 상권이 죽었다고 말한다. 유동인구 감소, 임대료 폭등, 배달앱 수수료를 탓한다. 그런데 말이지, 그 와중에도 3년째 줄서는 가게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게 문제다.
권리금 2억의 덫
작년 10월,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15미터 떨어진 골목 모퉁이. 18평 공간에 권리금 2억을 주고 들어간 브런치 카페가 딱 7개월 만에 폐업했다. 실거래 내역서를 입수해 분석했는데, 이게 참 흥미롭다.
전 임차인은 코로나 시절 권리금 8천에 들어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걸 2억에 넘긴 거야.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점이 분명히 존재했다. 문제는 그 시점이 2022년 7월, 일회성 이벤트였다는 거다. 인근 대규모 콘서트와 우연히 겹친 3주간의 매출이 평소의 4배를 찍었다.
이걸 '상승 추세'로 오판한 거지.
내역서를 보면 인수한 사람은 이 피크치를 기준으로 월 매출 8천을 예상하고 들어갔다. 실상은 2천 초중반이었다. 권리금 2억을 회수하려면 순이익으로 최소 2년은 걸리는 구조였는데, 적자가 쌓이면서 7개월 만에 백기를 든 케이스다. 이 동네에서 권리금 거품의 70%는 이런 식이다. 일시적 호황을 추세로 착각하고, 그 착각을 근거로 산정한 권리금을 아무 검증 없이 받아들인다.
살아남은 곳은 다른 게임을 한다
반면 같은 골목에서 4년째 버티는 타코 전문점이 있다. 이 가게는 권리금 자체가 3천만원이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면, 이 업주는 임대차 계약을 할 때 권리금을 "회수 가능한 비용"이 아니라 "매몰 비용"으로 간주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게 다르다.
이 양반, 매달 순이익에서 20%를 별도로 빼놓는다. 무슨 특별한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야. 인테리어는 최소한으로 했고, 대신 주방 장비에 돈을 몰빵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20년 당시 중고가 800짜리 직화용 오븐을 3대 들여놓고, 테이크아웃 전용 창구를 따로 만들었다.
여기서 핵심은 "홀 매출 의존도"를 30% 이하로 설계한 거다.
홍대는 날씨, 계절, 축제, 대학 일정에 따라 홀 유동인구 변동폭이 미친 듯이 크다. 그런데 테이크아웃과 배달 비중이 70% 근처면, 이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다. 코로나 때도 이 집은 월 4천500에서 크게 못 벗어났다. 반면 주변 카페들은 월 1천200에서 6천까지 널뛰기하던 시절이었다.
<|DSML| placement="blog-inline" alt="홍대 상권에서 생존한 가게의 테이크아웃 전용 창구와 홀 내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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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베팅하지 마라
실거래 내역서를 여러 개 검토하다 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폐업한 가게들은 하나같이 '홀 매출'에 올인하고, '임대료 대비 매출'만 계산했다는 점이다. 살아남은 가게들은 정반대다. 인건비와 배달 수수료를 포함한 실질 이익률을 먼저 산정한다. 그리고 권리금은 그 이익률로 18개월 안에 회수 가능한 한도로만 설정한다는 걸 지킨다.
임대차 계약 전문가가 아니라면 놓치기 쉬운 지점인데, 홍대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여부는 환산보증금으로 결정된다. 2023년 기준 서울은 9억 이하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계약갱신요구권을 쓸 수 있고, 그러면 최대 10년까지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두 번째 사례에서 권리금을 3천으로 잡은 진짜 이유다. 권리금에 돈을 쓰는 대신, 법적으로 보호받는 영업 기간을 확보하는 쪽에 집중한 거지.
이 시장은 결국 '남의 실수에 프리미엄을 얹어 사는 게임'을 언제 멈추느냐의 문제다. 2억짜리 권리금 계약서에 사인할 때, 그건 거품을 산 게 아니라 전 임차인의 착각을 산 거다. 누군가의 실패를 인수하는 거래라는 사실을 잊으면, 그게 네 차례가 되는 구조다.